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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시작하며

집짓기 예산은 얼마가 아니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by 집을 묻는 사람 202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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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조금만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이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예산은 얼마면 될까요?”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로

집짓기의 방향이 너무 이르게 정해져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예산을 평단가에서 시작한다.

몇 평에 얼마라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불확실한 숫자를 기준으로

집짓기를 상상한다.

곧 이런 말들이 따라온다.

“누구는 이 정도에 이렇게 지었다던데요.”

“제가 아는 사람은 이 금액으로 이런 집을 했다고 하던데요.”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타인의 사례가 기준이 되면서

증액과 변경이 시작된다.

하지만 예산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그 부담은

주택의 품질과 완성도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집짓기에서

예산은 모호한 숫자라기보다

선택의 범위와 책임의 크기에 가깝다.


예산은 결과가 아니라 기준이다

집짓기를 시작할 때

설계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생각과 기대가 도면 위를 채워 나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예산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설계가 진행되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예산을 정확히 짚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결과 건축주의 요구는 계속 반영되고,

이 선택들은 이후 여러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설계 도면은

허가를 위한 도면에 가깝다.

공사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비전문가인 건축주는

이 부분을 더 쉽게 지나치게 된다.

이처럼

도면은 부족하고 예산은 불명확한 상태에서

공사가 시작되면,

건축주와 시공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쉽다.

물론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문제는 훨씬 줄어든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집을 짓는다.

그래서 예산은

나중에 맞추는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가져가야 할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얼마까지 가능할까?”보다 중요한 질문

집을 짓기 전,

건축주는 공사비뿐 아니라

LCC(Life Cycle Cost) 관점에서

집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집을 짓고 나면

유지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2층 단독주택의 오픈 천장 구조와

단층 주택의 일반적인 천장고를 비교해 보자.

오픈 천장은

개방감과 미적인 만족을 주지만,

냉·난방 비용은

일반적인 주택보다 더 들 수밖에 없다.

창이 많아질수록,

기능이 추가될수록

유지 비용 역시 함께 늘어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보완하려면

다른 선택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예산 수립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유지와 관리까지 고려한 검토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에 맞는 설계와 공사 예산이 따라와야 한다.

공사 예산을 세울 때에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 공사 기간 동안의 금융 비용(대출이 있을 경우)
  • 사전에 검토되지 못해 변경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가능성
  • 공사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일 여력

즉, 예산이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담는 숫자가 아니라,

리스크를 포함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예산은 집의 크기만 결정하지 않는다

같은 예산이라도

집은 전혀 다르게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은

면적을 조금 더 확보하고,

어떤 사람은

성능이나 마감에 무게를 둔다.

또 어떤 선택은

지금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의 편안함이나 불편함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예산은

“몇 평을 지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정리하는 기준이 된다.


예산 수립은 계산보다 정리의 문제다

예산을 세운다고 하면

엑셀 표부터 떠올리기 쉽다.

물론 계산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정리다.

  • 꼭 지키고 싶은 것
  •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것
  •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것

이 우선순위가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리 꼼꼼한 예산표도

현장에서 쉽게 흔들린다.

예산을 제대로 세운다는 것은

모든 비용을 미리 아는 일이 아니라,

흔들릴 때 다시 돌아올 기준을 미리 세워두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예산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집짓기에서 예산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대신

이 집을 짓는 과정과

그 이후의 삶까지 포함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그래서 예산 수립의 출발점은

“얼마면 되나요?”가 아니라,

“이 집을 짓는 과정과 결과를 어디까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이어야 한다.

이 기준이 서 있으면

설계도, 시공도

훨씬 덜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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