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립청년을 위한 집이 완공되었다. 작은 집이지만, 그 안에는 청년들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켜켜이 담길 것이다. 완공식 날, 청년들이 한 명씩 마이크를 들고 감사를 전하며 말했다.
"저에게 집이란... 고향입니다."
그 말에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보호종료 아동으로 자라 시설을 떠난 뒤, 청년들은 어느 누구보다 일찍 삶의 무게를 짊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성공은 스스로의 몫이고, 실패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힘들어도 돌아갈 곳이 없다고.”
어쩌면 ‘고향’이란 말은
그리운 장소나 특정한 집이라기보단,
마음 놓고 실패해도 되는 곳,
한없이 작아져도 괜찮은 곳,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숨을 고르게 해주는 공간이 아닐까.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가 떠올랐다.
성냥을 팔지 못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위 속을 헤매던 소녀.
창밖에서 바라보는 따뜻한 가정의 풍경.
소녀는 성냥불 속에서
맛있는 음식, 난로, 그리고 할머니의 품을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는
차가운 거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 장면이,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들과 겹쳐졌다.
한국의 부동산 현실은 그 창밖의 풍경처럼,
청년들에게 너무 멀고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 집은 달랐다.
누군가의 성냥 속 환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 되어 주었다.
따뜻한 전기, 편히 쉴 수 있는 방,
무언가 실패해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
청년들이 말한 ‘고향’이란 말 안에는
애써 눌러왔던 외로움,
기댈 곳 없던 시간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안전한 공간에 대한 안도의 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 집이 그들에게
성냥불 속의 환상이 아닌
살아있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청년들이
누군가에게
고향이 되어줄 수 있는 가정을
직접 만들 수 있기를,
그리하여
‘집’이 삶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본다.